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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

하이파이브

by 천당옆분당 2025. 10. 26.

영화 하이파이브는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슈퍼히어로 판타지 코미디라는 장르적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감독은 독창적 상상력으로 유명한 강형철 감독으로, 이전에 과속스캔들과 써니, 스윙키즈 등을 통해 따뜻한 유머와 인간미를 담은 연출로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작품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자주 다루지 않았던 초능력 소재를 일상 속에 녹여낸 실험적 시도로, “슈퍼히어로가 만약 평범한 한국인 다섯 명에게 주어진다면?”이라는 흥미로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힘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라는 주제가 자리한다. 라미란, 안재홍, 유아인, 이재인, 김희원 등 배우들이 각기 다른 사연과 개성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우연한 사고로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처음엔 그 힘을 어리둥절하게 사용하지만, 점점 사회적 책임과 인간적인 갈등을 맞닥뜨리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단순한 히어로물의 흥미로움에 그치지 않고, ‘힘을 얻은 후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초반부는 가벼운 웃음으로 시작한다.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인물들이 그 상황에 적응해가는 과정은 마치 일상의 판타지 버전 같다. 예를 들어, 일상적인 직장생활 속에서 순간이동을 해버리거나, 이웃 간 갈등이 초능력 싸움으로 번지는 장면들은 한국식 유머 감각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점차 ‘힘의 본질’로 향한다. 누군가는 그 힘을 선하게 사용하려 하고, 누군가는 욕망을 위해 남용한다. 이 대비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감정선 또한 단순하지 않다. 라미란은 특유의 생활 연기로 초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물을 보여주며, 안재홍은 어딘가 어설프지만 진심 어린 캐릭터로 코믹한 매력을 더한다. 유아인은 보다 내면적인 갈등을 표현하며,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세 배우의 조합은 예측 불가능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 조합이라면 어떤 이야기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신뢰를 주는 동시에 묘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다.

하이파이브의 또 다른 매력은 비주얼과 리듬감 있는 연출이다. 강형철 감독은 초능력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과하게 포장하지 않고, 한국적 현실감 속에서 표현한다. CG나 특수효과보다는 배우들의 동선, 촬영 각도, 음악의 타이밍을 활용해 “보통 사람의 힘이 폭발하는 순간”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이 덕분에 과장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생활형 히어로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제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다. ‘하이파이브’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이 작품은 “연결”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힘을 가진 다섯 사람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손을 맞잡는 순간,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하이파이브가 된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진정한 힘은 협력과 공감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영화는 한국형 슈퍼히어로 장르의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초능력’ 소재가 드라마틱한 스릴러나 어두운 서사로 다뤄졌지만, 하이파이브는 이를 유머와 인간적인 따뜻함으로 풀어냈다. 일상의 소소한 고민 가족, 직장, 관계 속에서도 초능력이란 판타지를 섞어낸 점이 신선하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한국 영화계에서 ‘히어로물’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염력 연상호 감독이나 초능력자 김민석 감독 같은 작품들이 장르적 기반을 다졌다면, 하이파이브는 그 위에 대중성과 따뜻한 정서를 결합한 진화형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기대감도 크다. 하이파이브가 단발성 실험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적 정서에 맞는 히어로 시리즈로 확장된다면, 국내 영화 시장에서도 마블이나 DC와는 다른 ‘K-히어로 장르’의 기틀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강형철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진의 폭넓은 연기가 이 세계관을 확장시킨다면, 향후 시즌2나 스핀오프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결국 하이파이브는 “상상력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너도 언젠가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은유를 던진다. 그것이 실제 초능력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연대와 믿음이 만들어내는 ‘힘’일 수도 있다는 것.

가볍지만 깊고, 엉뚱하지만 따뜻한 이 영화는 판타지의 외피를 두른 휴먼 코미디에 가깝다.
현실과 비현실이 맞닿은 지점에서, 하이파이브는 우리에게 조용히 손을 내민다.
“함께할 때, 우리는 더 강해진다.”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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