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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천당옆분당 2025. 10. 23. 13:20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대만에서 만들어졌지만,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든 영화다. 제목부터가 왠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를 짝사랑하던 시절, 고백조차 두려웠던 그 마음을 영화 속 ‘커진텅’이 그대로 보여준다.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은 없지만,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첫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학창 시절의 풋풋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공부 잘하는 ‘션자이’와 장난꾸러기 ‘커진텅’의 티격태격 관계는 마치 오래된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익숙하다. 하지만 그 익숙함 속에 진심이 숨어 있다. 서로 다르지만 점점 마음이 끌리고,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오해가 쌓이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비 오는 날 우산을 나눠 쓰던 장면이나, 시험지를 두고 티격태격하던 장면은 잔잔한 웃음과 동시에 마음이 아릿해지는 순간으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커진텅이 과거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가는 구조도 인상 깊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절,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후회가 담담하게 묻어난다. ‘그때 고백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은 관객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된다.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이유다.

연출 면에서도 과하지 않은 감정선이 좋았다. 음악은 잔잔하게 깔리며 분위기를 이끌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자연스럽다. 특히 주인공들의 미묘한 눈빛 연기나,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들은 오히려 대사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엔딩은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이 꼭 해피엔딩이어야 하는 건 아니듯, 이 영화는 ‘그 시절의 사랑’이 가진 순수함과 아쉬움을 그대로 담아낸다.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그때의 감정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새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가슴 한쪽이 따뜻하면서도 허전하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이런 영화는 오히려 더 특별하다. 화려한 특수효과나 자극적인 내용이 없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첫사랑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아직 누군가를 좋아하는 중이라면 이 영화는 꼭 한 번 봐야 할 작품이다.

결국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감정의 기록이다. 단순한 청춘 로맨스를 넘어,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시절의 자신과 다시 마주하게 하는 영화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이야기, 그래서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