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롱 워크 걷는경기 생존본능 사회비판적 메세지
티븐 킹의 초기 작품인 『더 롱 워크(The Long Walk)』는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필명으로 1979년에 발표된 소설로, 단순한 생존 경쟁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폭력성을 예리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래의 전체주의적 사회를 배경으로 하며, 국가가 개인의 생명과 자유를 철저히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린다. ‘걷기 경기’라는 단순한 설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 본능, 그리고 대중의 잔혹한 관찰 욕구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무겁다. 매년 100명의 소년들이 참가하는 ‘롱 워크’라는 경기에서, 그들은 시속 6.5km 이하로 속도를 유지하며 쉬지 않고 걸어야 한다. 멈추거나 속도가 떨어지면 경고를 받게 되고, 세 번의 경고 후에는 총살당한다. 오직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단 한 명만이 우승자가 되어 원하는 어떤 소원도 이룰 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경기가 단순한 경쟁이 아닌 잔혹한 국가 행사임이 드러난다. 관중들은 텔레비전으로 이 죽음의 경기를 즐기며, 정부는 이를 통해 통제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한다.

주인공 레이 개러티(Ray Garraty)는 메인주 출신의 평범한 소년으로, 호기심과 명예심, 그리고 사회비판적 어린 자만심으로 이 경기에 참여한다. 하지만 걸음이 이어질수록 그는 점점 인간의 본성과 공포, 그리고 절망을 마주한다. 동료들이 하나둘 쓰러져 가는 모습 속에서 그는 생존에 대한 본능과 도덕적 갈등 사이에서 흔들린다. 특히 함께 걷는 친구 맥브라이스, 스테빈스, 피어슨 등은 각자의 이유로 이 경기에 참가했지만, 결국 모두 ‘국가의 오락’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희생자가 된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명시적으로 설정된 연도는 없지만, 냉전 시대의 분위기와 전체주의 사회의 통제 구조가 강하게 느껴진다. 시민들은 권력에 복종하며, 국가가 만들어낸 사회비판적 ‘쇼’에 열광한다. 이는 20세기 중후반의 정치적 현실, 즉 권위주의적 체제와 대중 매체의 결합을 비판적으로 반영한다. 특히 대중이 타인의 고통을 ‘볼거리’로 소비하는 모습은 오늘날 미디어 사회의 병리적 측면을 미리 예언한 듯하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더 롱 워크는 권력과 인간성의 관계를 탐구한다. 국가는 폭력을 제도화하여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사람들은 그 폭력에 익숙해진다. 참가자들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참여한 듯 보이지만, 사실상 사회의 강요와 세뇌 속에서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 얼마나 사회적 구조에 의해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비판적 냉혹한 비유다.

또한 소설 속 ‘걷기’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여정의 은유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조건, 멈추면 죽는 현실은 현대인의 생존본능 삶과도 닮아 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성은 점점 소멸해간다. 레이는 끝내 마지막 한 명으로 남게 되지만, 그 승리는 결코 영광이 아니다. 승리 후 그는 텅 빈 들판을 향해 계속 걷는다. 그 모습은 체제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허무와, 인간 존재의 생존본능 부조리를 상징한다.

문체적으로도 이 작품은 단순한 서술 속에 심리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킹 특유의 일상적 대화체와 반복되는 리듬은 ‘걷기’의 단조로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독자는 마치 함께 걸으며 피로와 공포를 느끼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 안에서 인간의 감정이 점차 무뎌지고, 결국 죽음조차 일상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무감각해진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총평하자면 더 롱 워크는 단순한 공포소설이 아니라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국가와 체제의 오락거리로 전락하는 비극, 그리고 그 폭력을 즐기는 대중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잔혹함에 익숙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마지막까지 걷는 자의 고독과 허무를 통해 생존본능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결국 이 소설은 ‘살아남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레이의 걸음은 단순한 생존의 행위가 아니라, 체제에 맞서는 마지막 저항이자 인간성의 흔적이다. 더 롱 워크는 그래서 읽는 내내 숨이 막히지만, 그만큼 깊은 울림을 남긴다. 지금도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잔혹한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