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라이프 왕과 후계자 권력과 저항
Thug Life(2025)는 인도 남부를 무대로 펼쳐지는 갱스터 드라마이자, 단순한 범죄 영화의 외피 속에 사회적 구조와 인간 본성의 문제를 녹여낸 작품이다. 감독 마니 라트남(Mani Ratnam)과 배우 카말 하산(Kamal Haasan)의 오랜만의 협업으로 주목받은 이 영화는, 피와 권력, 그리고 의리와 배신이 얽힌 세계를 통해 현대 인도 사회의 권력 구조를 상징적으로 탐구한다. 작품은 겉으로는 화려한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범죄 서사를 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누가 권력을 가지며, 그 권력은 무엇을 희생시키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흐르고 있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겉보기에 전통적인 남인도 갱스터 세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현대 인도 사회의 계급 구조, 정치적 부패, 그리고 혈연 중심의 권력 세습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교묘히 반영되어 있다. 영화 속 ‘마피아 왕국’은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구조를 닮은 또 하나의 제도이며, 법의 경계를 벗어나 있으면서도 동시에 ‘법의 빈틈’을 이용해 작동하는 체계다. 감독은 이를 통해 “범죄와 제도는 다르지 않다”는 냉소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주인공 랑가라야 삿티벨(카말 하산)은 절대 권력을 쥔 조직의 수장이다. 그는 부하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로 군림하며 ‘보호’를 약속하지만, 그 보호는 동시에 ‘통제’를 의미한다. 그의 세계에서는 충성과 복종이 생존의 조건이며, 인간관계는 모두 권력의 언어로 환원된다. 삿티벨은 입양한 아마란을 자신의 후계자로 키우지만, 그 관계에는 애정보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 그는 아마란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제국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이 설정은 인도 사회의 ‘혈통 중심적 권력 구조’와 ‘정치적 세습’을 은유한다.
아마란의 시선에서 보면, 이 이야기는 왕과 후계자 성장의 드라마이자 각성의 서사다. 그는 처음에는 삿티벨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이 그가 만든 체계 속의 ‘부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입양된 아들’이라는 위치는 사랑과 배신의 경계에 서 있으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 관계의 이면을 드러낸다. 그가 조직의 명령에 따르면서도 점차 반기를 드는 과정은, 전통적인 질서와 새로운 세대의 갈등을 상징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세습된 권력은 언제나 새로운 세대의 저항으로 인해 균열된다”는 사회적 진실을 드러낸다.

또한 영화는 공간의 상징을 탁월하게 활용한다. 남인도의 뜨거운 항구 도시에서 시작해 북인도의 차가운 산악지대까지 이어지는 서사는, 권력의 확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주인공의 내면적 고립을 시각화한다. 삿티벨이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마치 제국의 군왕을 연상시키지만, 그 시선은 곧 외로움과 불안을 드러낸다. 권력의 정점은 곧 고립의 공간이며, 통제의 능력은 동시에 감시의 감옥이 된다.
‘Thug Life’라는 제목 역시 단순한 비속어적 표현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는 ‘깡패의 삶’이지만, 영화는 그것을 “제도 밖에서 스스로 만든 생존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법과 질서의 밖에 서 있는 그들의 삶은 무법이 아니라 또 다른 ‘질서의 모방’이다. 삿티벨이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은 정치 권력의 축소판처럼 정교하고, 그 안의 충성 체계는 관료적이다. 감독은 이 구조를 통해, 범죄조직이 단순히 악의 집단이 아니라 ‘국가의 그림자’임을 보여준다.
삿티벨과 아마란의 관계는 결국 ‘아버지와 아들’, ‘왕과 후계자’, ‘권력과 저항’이라는 다층적 상징으로 확장된다. 아마란이 그에게 반기를 드는 순간은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주체가 자신을 되찾는 행위’다. 그는 자신을 길러낸 체계를 부정함으로써 비로소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그러나 이 탈주는 완전한 자유가 아니다. 아마란 역시 그가 부정하려 했던 체계의 일부가 되어버리고, 폭력의 순환은 계속된다. 이 아이러니는 인도 사회의 현실과 맞닿는다. 새로운 세대가 낡은 권력을 무너뜨리지만,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권력이 등장하는 무한 반복의 역사다.

영화는 또한 ‘가족’이라는 주제를 통해 감정적 깊이를 더한다. 삿티벨은 가족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아마란은 그 가족의 이름으로 반항한다. 이 관계는 인간이 사회 속에서 맺는 모든 관계의 축소판이다. 가족, 조직, 사회는 모두 보호와 통제, 사랑과 소유의 경계 위에 서 있다. Thug Life는 결국 가족이 주는 위안과 속박을 동시에 보여주는 비극적 가족 드라마이기도 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폭력의 화려함보다 인간의 내면적 고뇌에 집중한다. 삿티벨은 자신의 제국을 지키기 위해 가장 사랑한 이를 희생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아마란은 왕과 후계자 자유를 얻기 위해 피를 묻히는 선택을 한다. 이 장면들은 “권력은 희생을 먹고 자란다”는 냉혹한 진실을 드러내며, 동시에 “진짜 자유는 타인의 피로는 얻을 수 없다”는 비극적 깨달음을 남긴다.

결국 Thug Life(2025)는 단순한 갱스터 영화가 아니다. 인도 사회의 정치, 가족, 종교,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복합적 서사다. 감독 마니 라트남은 ‘폭력’이라는 장르적 언어를 빌려, 인간이 스스로 만든 제도와 감정의 덫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탐구한다. 영화가 끝나도 관객의 머릿속에는 질문이 남는다. “권력의 꼭대기에 선 자는 과연 자유로운가?” 이 질문이야말로 Thug Life가 던지는 가장 깊은 메시지이며, 그것은 인도만이 아니라 오늘날 모든 사회가 마주한 공통된 진실이다.
이 작품은 결국 폭력과 권력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이 곧 감옥이 된다. Thug Life는 그 감옥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정의하고, 다시금 자유를 갈망하는지를 보여주는 현대적 신화이자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