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충충은 단순한 청춘 영화도, 단순한 범죄 드라마
영화 충충충(Funky Freaky Freaks)은 한창록 감독이 2025년에 발표한 장편 데뷔작으로, 제목부터 강한 인상을 준다. ‘충(衝)’이라는 한자를 세 번 반복해 붙인 이 제목은 각각 ‘충동’, ‘충돌’, ‘충격’이라는 세 단어를 상징한다. 즉, 이 영화는 한 시대의 청춘들이 겪는 감정의 연쇄를 세 단계로 나누어 보여주는 성장극이자 사회극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는 현대 청소년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사회가 만든 압력 구조가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바로 지금, 스마트폰과 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대의 현실이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요즘 아이들은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올리고 표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본질을 설명해준다. 학교는 여전히 과거와 같은 규율과 위계가 작동하지만, 그 속의 아이들은 이미 전혀 다른 언어와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의 충동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현실에서의 청소년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책임을 요구받는 존재로 모순된 위치에 놓여 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경계 위의 불안과 긴장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점점 감정의 밀도를 높여가며 폭발한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세 친구, 지숙·용기·덤보는 서로 다른 결핍과 욕망을 품고 있다. 지숙은 가정적·정서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며, 자신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용기는 그런 지숙을 지켜주려는 보호 본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이 선택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덤보는 여성스러운 감성을 가진 남학생으로, 주변의 시선과 내면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학생 ‘우주’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균열을 맞는다. 지숙은 우주에게 한눈에 빠지고, 용기는 질투와 분노에 휩싸인다. 덤보는 그런 관계 속에서 점점 소외되고, 세 사람의 관계는 점점 비틀려간다. 영화는 이 단순한 감정선을 ‘충동→충돌→충격’의 세 단계로 나누어 구성한다. 처음엔 가벼운 호기심과 장난으로 시작한 감정이 점점 관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결국은 파국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후반부에 가면 세 인물은 모두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결과는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의 사회적 관점은 ‘청소년 범죄’나 ‘촉법소년 논란’ 같은 현실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감독은 “요즘 사회가 청소년 문제를 너무 단순히 법적 문제로만 접근한다”고 지적했다. 영화는 폭력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에도, 그것이 단지 ‘나쁜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억눌린 감정과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느 한쪽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그들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며,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자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존재다. 이 모호함이 영화의 가장 사실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감독은 시각적 스타일로 청소년들의 불안한 내면을 표현한다. 빠른 컷 편집, 흔들리는 카메라, 과한 색채 대비, 전자음이 섞인 사운드 트랙 등은 마치 뮤직비디오나 SNS 릴스 영상처럼 현란하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정보의 속도와 감정의 과잉이 일상이 된 세대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다. 관객은 인물들의 불안과 혼란을 시청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대사보다는 이미지와 리듬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은 최근 한국 독립영화들 중에서도 상당히 실험적이다.
작품 속에서 ‘벌레’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감독은 처음 이 영화를 ‘벌레, 벌레, 벌레’라는 가제로 구상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온라인상에서 ‘~충(蟲)’이라는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청소년들이 사회로부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이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당한 채 살아가고 있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결국 ‘충충충’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감정의 연쇄가 아니라, 사회가 만든 폭력의 순환이기도 하다.
후반부의 전개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하다. 작은 감정의 균열로 시작된 갈등이 점점 현실의 벽과 맞부딪히며,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결말로 향한다. 그러나 감독은 사건의 결과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에 집중한다. 어른의 세계가 만들어놓은 규칙, 학교의 통제, SNS의 가면 속에서 아이들이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충격적인 결말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남는다.

결국 충충충은 단순한 청춘 영화도, 단순한 범죄 드라마도 아니다. 이 작품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이다. 청춘의 충동이 어떻게 관계의 충돌로 이어지고, 그 충돌이 결국 사회적 충격으로 번지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감독은 어른의 세계가 만든 언어와 기준이 아닌, 아이들의 리듬과 감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새로운 세대의 감정 언어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