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Y 영화 총평
영화를 보고 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낯설지만 매혹적인 여성 누아르”라는 말이었어요.
보통 이런 범죄·누아르 장르는 남성 캐릭터 위주로 흘러가곤 하는데, 프로젝트 Y 는 한소희와 전종서가 앞에 나서면서 분위기부터 달랐습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케미는 단순히 ‘공범’이나 ‘파트너’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어요. 우정인지, 경쟁인지, 혹은 둘 다인지 모호하게 흐르는 감정선이 영화의 힘을 꽤 크게 잡아주더군요.
강남을 배경으로 한 시각적 분위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 뒤에 감춰진 어둠, 좁은 골목과 고급 클럽이 교차하는 풍경이 두 주인공의 상황과 딱 겹쳐 보여요. 세련된 화면 속에서도 불안과 절박함이 끊임없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금괴를 둘러싼 계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객으로서도 마치 그 긴장된 공모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줬습니다.
다만 중반부 이후는 약간 늘어진 느낌이 있었어요. 사건들이 이어지긴 하지만 감정적으로 터지는 순간이 늦게 찾아오다 보니, 긴장감이 살짝 흩어지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말은 명확하게 모든 걸 풀어주기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방식인데, 어떤 관객에겐 매력일 수 있지만 저에겐 약간 아쉬움으로 남았네요. “조금만 더 정리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의 존재감은 영화를 끝까지 붙잡아 줍니다. 한소희의 날카로운 표정과 전종서의 내밀한 감정 연기는 서로 완전히 다른 톤이면서도 묘하게 잘 맞았어요. 이들의 우정이자 갈등인 관계성 덕분에, 단순히 범죄영화라기보다는 관계의 영화로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결국 프로젝트 Y 는 화려한 액션이나 반전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욕망과 선택의 무게”를 여성 캐릭터를 통해 묵직하게 던져주는 작품이에요.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국 누아르 장르에서 꽤 신선한 시도로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